본문 바로가기

여행

토리노 2013

#00
토리노를 방문하게 된 건 이탈리아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 때문이었다.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기 전 같은 버디였던 친구에게 이탈리아 여행 정보를 물어봤다. 그 친구는 친절하게 흰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면 이탈리아 주요 여행 도시를 표시해서 나에게 주었다. 거기에 토리노가 적혀 있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도시여서 친구에게 토리노가 정말 여행하기에 괜찮은 도시인지 물어봤다. 친구가 왔던 곳이 토리노여서 추천한 줄 알았는데 친구가 말하길 그게 아니더라도 토리노는 한번 구경할 만한 도시라고 나에게 답해줬다. 그렇게 토리노를 일정에 넣었고 내가 토리노를 방문한다고 하니 친절하게 도시 지도와 주요 관광지를 손수 그려서 나에게 주었다. 그 정보를 가지고 토리노를 여행했다.


#01
토리노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간 곳은 구도심의 중심지 카스텔로 광장이었다. 카스텔로 광장을 먼저 찾은 이유는 마다마 궁전을 보고 싶어서였다. 사보이아 가문이 궁전으로 사용했던 곳이라고 하는데 궁전 내부가 궁금했던 것은 아니다. 단순히 내가 자주 방문했던 블로그에서 이 건물에 대한 포스팅이 너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. 일반적으로 궁전이라고 생각하면 네모난 앞부분의 실내에는 방이나 접견실이 있는 걸로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.


#02
하지만 내부로 들어가 보면 건물 앞부분이 통째로 계단실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. 이렇게 사치스러운 계단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부는 화려하고 우아했다.


#03
토리노의 상징인 몰레 안토넬리아나. 상부의 뾰족한 첨탑이 인상적인 건물이다. 건물 안은 이탈리아 국립 영화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.


#04
박물관 내부는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전시물을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. 무성 영화부터 시작해서 세계의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까지 쭉 따라가면서 감상했는데 영어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전시를 따라 가는데 어려움은 없었다. 영화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전시를 따라갈수록 전시 구성이 잘 되어있어 박물관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. 이제까지 많은 박물관을 가봤지만 영화 박물관만큼 만족도가 높았던 박물관이 없을 정도로 한 번은 관람해볼 가치가 있었다.


#05
전망대에 올라 도시 전경을 보면 토리노의 도시 구조가 격자형으로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. 끝도 없이 뻗은 일자형 도로에 높이가 일정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.


#06
쭉 뻗은 도로에 건물의 높이가 일정하다 보니 건물과 도로가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.


#07
거리에서 보면 이렇게 극단적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.


#08
토리노도 볼로냐와 같이 보행로가 아케이드로 되어있는 곳이 많았다.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기도 하고 각각의 아케이드마다 형식이 달라서 사진 찍는 재미가 있었다.


#09
이렇게 생긴 아케이드도 있고


#10
양 옆으로 상점이 늘어서 있는 아케이드도 있었다.


#11
아케이드 기둥에 책 노점상이 있는 모습.


#12
황금빛 아케이드.


#13
아케이드를 걷다 보면 이런 공간을 만나기도 한다.


#14
심지어 차량이 다니는 도로까지 아케이드로 연결되어 있을 정도였다.


#15
비가 내리는 토리노의 저녁. 카스텔로 광장 앞에서 트램을 기다리다가.


#16
갑자기 많은 비가 내려서 조금 당황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풍경에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.


#17
비아 로마. 토리노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여서 그런지 잘 정돈되고 깔끔하다는 인상을 느꼈다.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탈리아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도시였다. 남부 이탈리아를 가보지는 못했지만 북부 이탈리아와 남부 이탈리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.


#18
토리노의 밤거리. 사진을 찍으려고 여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찰나의 순간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면 여행을 떠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.


#19
토리노에서의 마지막 밤을 끝으로 2주 간의 이탈리아 여행을 마무리했다. 이번 이탈리아 여행 동안 5개의 도시를 여행했는데 가장 좋았던 도시는 토리노였다. 토리노가 다른 도시에 비해 볼거리가 가장 없는 도시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. 관광객은 거의 없는 도시 속에서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거리를 걸으니 그 자체로 힐링이 되었다. 그리고 이번 여행은 각기 다른 도시를 여행하면서 나의 여행 취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. 유명한 관광지에서 사람에 치이는 것보다 도시 속에서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. 아무튼 여행의 관점에서 이탈리아는 정말 매력적인 나라였고 반드시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던 좋은 여행이었다.

'여행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베네치아 2013  (0) 2022.01.15
볼로냐 2013  (0) 2022.01.15
피렌체 2013  (0) 2022.01.09
로마 2013  (0) 2022.01.08